강태홍 숭실대정보과학대학원 금융IT학과 겸임교수.

[메트로신문] 9월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한 거래소들은 각각 자기들만의 독특한 특징을 무기로 기존 거래소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데 이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미국의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대담한 시도로 보인다.

먼저 LTSE(Long Term Securities Exchange)는 실리콘 밸리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기업공개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도록 상장 요건을 조정하고, 상장하고자 하는 회사도 정책적으로 장기적 성장계획을 갖도록해 장기 투자자 우대정책을 편다. 이 거래소 창업자 겸 초대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리즈(Eric Ries)는 9년 전 그의 저서 ‘더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에서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금모금에 나서 9000만달러를 모아 드디어 지난 9일 미국의 14번째 정규 거래소(National Securities Market)를 탄생시켰다. 개장일에 1억 1770만달러의 거래를 기록했고, 아직은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들만 거래를 하지만 스타트업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 기존 거래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MEMX(Members Exchange)는 2차례의 연기 끝에 9월 21일(현지 시간) 7종목을 대상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MEMX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가 회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처음부터 매우 큰 관심을 끌었는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JP모간(J.P.Morgan), UBS, 블랙록(BlackRock) 등 18개의 투자회사나 금융회사들이다. 멤버스 익스체인지(Members Exchange)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멤버들을 위한 거래소로 자신들의 전략을 ‘저비용(Low cost)’와 ‘연결(Connectivity)’로 공표한 바 있다.

가동 일주일 전인 9월 15일 MEMX는 유동성 공급자(maker)에게는 호가 공개 여부에 따라 100주 당 20~29센트, 유동성 수취자(taker)에게 100주당 25센트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고 밝혔으며, 또한 마켓 데이터 및 거래소 접속에 대한 비용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유동성 공급자에게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주지만 현재 증권사(broker-dealer)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접속 비용과 마켓 데이터 비용을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기존 거래소들이 생존을 위해 마켓 데이터의 매출 비중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혁신적이다 못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또 이들은 거래소 접속 회선의 대역폭(bandwidth)을 점진적으로 25GbE(25 Giga bytes bps Ethernet)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그에 맞게 기술개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의 10G에 비해 마켓 데이터의 수신과 호가 전달 및 체결 수신에 있어 훨씬 더 적은 ‘지연(latency)’으로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유동성 공급이 가능한 시장에서는 LP들의 유동성 공급자와 수취자(maker-taker)의 차이를 이용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나 고빈도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거래세가 장벽이 되어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거래세도 점진적으로 내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개인들은 시장에서 유리한 가격에 거래를 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 선물이나 옵션의 경우 기초 자산의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호가의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다이나믹(dynamic)해질 것이다. 물론 가격의 움직임 역시 변동성과 함께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거래소들과 증권사들이 겪고 있는 일이지만 치열한 경쟁을 치른 시장에서 이긴 자나, 혹은 설사 진 자라 해도 선진 시장에서 충분한 실습을 경험한 알고리즘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판을 치게 되는 상황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대목이다.

더구나 미국 시장에는 이미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트레이딩 플랫폼이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거래로 인한 시장 충격과 역선택을 시스템적으로 방지한다고 하니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모두를 위해 좋은 시스템이다.

미래 상황은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현재 우리 시장 상황에서 시장과 중개인, 그리고 투자자자들은 ‘스마트(Smart)함’을 겸비해야 할 시점이다. 특별히 시장과 금융회사들은 해외의 훨씬 ‘더 스마트(smart)’한 시스템 때문에 우리나라 애매한 투자자들이 ‘봉’노릇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태홍 숭실대정보과학대학원 금융IT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