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만 LTSE, MIAX, MEMX 등 3개 거래소 출격

[메트로신문]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승인된 정규 거래소가 24개, 대체거래소(ATS)는 55개다. 이달에만 3개의 새로운 정규 거래소가 가동을 했거나 가동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KRX)가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른 환경이다. 대체거래소로 시작해 일정 수준의 거래가 이뤄지면 정규 거래소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주문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대개의 혁신은 대체거래소로부터 시작한다. 메트로신문이 강태홍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금융정보기술(IT)학과 겸임교수를 만나 미국의 거래소 시장과 변화하는 선진시장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강태홍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금융정보기술(IT)학과 겸임교수, 로보피아 투자자문 부사장

―미국 증권 시장은 규제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은 NMS(National Market System)에 의해 자본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크게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투자자들이 제출한 주문의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즉, 투자자가 제출한 주문은 최선의 가격(NBBO)으로 체결되어야 하고, 불리한 가격으로 체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증권 중계인(broker dealer)들이 자체적으로 대체거래소를 둘 수 있다. 투자자의 주문이 금융회사나 혹은 거래소에 의해 잘못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지난 2일 미국의 혁신 증권사의 아이콘인 로빈후드가 고객의 주문을 잘 못 처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아 SEC의 조사를 받게 되었고, 잘못이 인정될 경우 벌금이 1000만달러(약 116억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규제 속에서도 거래소와 금융회사들은 끊임없이 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체거래소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게 흥미롭다.

“미국의 대체거래소는 정규 거래소에 비해 규제가 덜 엄격하기 때문에 혁신은 주로 이러한 대체거래소 위주로 시도된다. 단, 대체거래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량을 넘을 경우 정규 거래소로 등록되어 더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일부러 일정 규모 이하로 거래량을 유지하기도 한다. 지난 2009년 다이렉트엣지(DirectEdge)라는 대체거래소가 초당 40만건, 주문접수 시간을 1ms(미리세컨드·1000분의 1초)이하로 낮추는 계획을 갖고 출범했다. 미국은 고빈도거래(HFT)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증권회사나 거래소에게 주문 속도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이를 시작으로 나스닥거래소, 동경거래소, 싱가폴거래소, 한국거래소도 속도 경쟁에 뛰어들어 주문속도와 체결속도를 크게 개선했다. 한 거래소의 빠른 속도가 각 나라 거래소 시장의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것이다.”

―미국 증권 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고 규모도 크고 혁신적인 시장이다. 미국 자본시장이 이러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지속적인 혁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을 표방하는 거래소는 무엇이 있는가.

“최근 9월에 오픈했거나 예정인 거래소가 있다. 이미 지난 9일(현지 시간)에 가동한 실리콘 밸리 기반의 LTSE(Long Term Stock Exchange), 오는 25일 가동 예정인 MIAX 익스체인지그룹(Exchange Group)의 MIAX옵션거래소, 그리고 오는 29일 전 종목 거래를 시작하는 MEMX(Members Exchange)가 그들이다. 우선 LTSE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을 위한 거래소다. 스타트업들이 기업공개를 한 후 단기 투자자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최소화해 준다. 특히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에 의결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장기 투자자 우대 정책, 분기 실적 공시를 1년 실적공시만 하게 하는 등 스타트업의 부담을 최소화해서 장기적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는 거래소다. MIAX의 옵션 거래소는 중남미 히스패닉 기업을 위한 거래소다. 현재 가장 낮은 비용보다도 40% 더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예상대로 된다면 미국 내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MEMX는 ’25GbE’와 함께 ‘커넥티비티(Connectivity)’를 표방하면서 과거의 속도 경쟁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일 기세다. 주문 지연을 극소화해 고빈도매매에 있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별한 점은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회원들이 주주로서의 배당과 같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회원만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과거 기술 혁신을 앞세운 거래소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었던 이유로 주주의 이익환수가 꼽히는 사실을 볼 때 이는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 증권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만한 거래소가 있는지?

“아직 대체거래소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인델리전트크로스(IntelligentCross)라는 거래 플랫폼을 주목한다. 효과적인 체결을 위해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데, 만약 거래소로서 SEC의 승인을 받는다면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최초로 AI를 활용한 거래소가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은 거래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시장 충격(market impact)과 역선택(adverse selection) 문제를 AI를 사용해 시스템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는 역선택을 방지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거래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대한 완화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의도된 대로 된다면 전 세계 증권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올 수 있는 매우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