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사가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사라진 이후 필자가 여의도를 전전하며 헤지펀드와 빅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인공지능(AI)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짧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면서 지난 세월의 과정과 중간 결과치를 가감없이 공개하고자 한다.

사무엘슨(Paul Anthony Samuelson) 이후 머튼(Robert Cox Merton)을 거치면서 금융은 데이터 분석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퀀트(QUANT)의 수학적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수학이나 통계의 영역에서 퀀트의 개념은 살아움직이는 자본시장에서 60~80년대 초반까지 힘겨운 난제를 안게 된다.

이후 1980년대에 접어들어 금융이 물리학을 품으면서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대표적 사례로 1990년대 나사의 인력이 대거 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우주항공산업이 정체를 보였지만 금융은 한걸음 또 도약했다.

출처:SBS스페셜, 2009년 ‘쩐의 제국’

결국, 수학기반의 퀀트의 개념과 차이가 두드러진 물리학이 금융시장의 전면에 본격 대두된 것이다. 이에따라 시장은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출발, 그 움직임의 에너지를 측정하면서 따라가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되었고, 자연스레 물리학자들이 월가에 표준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950년대 후반 일차 완성된 양자역학과 1980년대 이후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조우하게 된다. 물리학을 품은 금융시스템을 장착한 월가의 거대 증권사와 펀드들은 글로벌 표준을 바꾸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오늘날 M2M(machine to machine) 게임의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초밀도매매로 국내에 알려진 HFT(High Frequency Trading)에 대한 2009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HFT를 다루는 금융회사는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주식거래량의 73%를 차지했다.

이러한 M2M의 정도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당장 골드만삭스는 2015년 IT 회사임을 선언했으며, 딜러 600명중 598명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또 2020년 전체 인력의 25%인 1만명을 개발자로 투입하게 된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이트레이드를 15조6천억에 인수하면서 리테일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새로운 리테일 사업준비는 올해 4월에 마칠 예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준비 중인 ‘MEMX'(Members Exchange)는 오는 7월 24일 출범할 계획이다.

이미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찰스슈왑, 이트레이드 파이낸셜,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TD아메리카트레이드 홀딩, UBS, 시타델 증권, 버투 파이낸셜 등 9곳이 참여해 7천만 달러(843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투자은행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결론적으로 대면기반의 기존 금융이 MEMX의 출범과 함께 비대면 자동화매매로 탈바꿈하는 금융의 빅뱅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 일각에서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 같은 기득권 거래소의 반발로 미국 정부가 MEMX의 출범을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주주 구성을 다시 한번 주목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들은 절대 월가의 주변인이 아니다.

나라안을 들여다보면 2018년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이 입법 예고된 이후, 2019년 3월 제 29619호 시행령이 나오면서 모든 투자권유와 투자의 프로세스상 금융의 전산화가 가능한 법적 근간이 마련되었다.

MEMX가 출범하기 바로 전에 MEMX의 활동을 제약할 만한 규제 장치가 사실상 근본적으로 제거된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그럼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무엇을 하여야하는가?